'대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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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껴안은 상태에서 둘은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저 다정해 보이기만하는 한 쌍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양 손은 여자의 특정한 신체부위를 만지고 있었다. 여자는 좀 어색하게 웃고 있는 듯했다. 물론 나는 시선을 황급히 돌려야 했다.
'연인사이라면 아무 때나 아무런 조건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만져도 되는 걸까?' 나는 마음속으로 좀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사실 연애 초년생일수록 특히 남자일수록 성적인 욕망이나 갈증에 대해 절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욕망이나 갈증만을 채우기 위해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이란 이유로 상대의 신체를 마음껏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할수록 타인의 신체를 더욱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좀 오버다. 그리고 그 연인의 행동을 놓고 내가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처지도 못된다. 그냥 아까 머릿속에 맴돌았던 생각을 끄집어냈을 뿐이다.
하지만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연인이라는 게 신체 포기각서를 서로 주고받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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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자고 일어났을 때 가을이 와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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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얼굴로 길을 걷는다. 내가 느끼기에도 사람들에게 감정이 메말라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무색하게 쓸데 없는 이유로 말을 걸어오는 이들이 있다. "안녕하세요" 혹은 "저기요" 그들은 전부터 친하게 알고 있는 사람인양 다가온다. 하지만 그건 기분 나쁜 반가움이다. 그들을 도처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자일 때도 있고 남자일 때도 있다. 나이가 어린 경우도 있고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경우도 있다. 한 두 번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 한 번은 정말 심심해서 였고 또 한 번은 매몰차게 대하기 미안해서였다. 도대체 그런 쓸데 없는 짓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 두뇌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일을 하면 무슨 보상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어떤 명예가 떨어지나? 미안하지만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만큼 나는 아량이 넓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들에게 기분 나쁘게 굴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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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나는 내가 죽어서 천국에 온 걸로 착각했다. 흐릿하게 천사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천사는 자꾸만 내게 뭔가 질문을 던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건 이제 정신이 드느냐, 괜찮냐 등등 묻는 것이었다.
점점 정신이 들어오자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천사가 아니라 어떤 여자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 눈엔 여전히 천사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나를 내려다 보는 여자의 눈망울은 컸고 검은 색 긴 머리는 물에 젖어있었다. 입술이 약간 파랗게 변해있었고 물에 불어있었다. 물에 빠진 나를 구하고 인공호흡을 한 모양이었다.
"이 누나가 널 구했어."
"인공호흡으로 널 살린 거야."
주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 친구들의 목소리였다. 그 여자에 정신이 팔려 친구들의 존재는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방금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늪은 건너고 있었다. 그러다가 보트가 뒤집히면서 한꺼번에 물에 빠진 것이다.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르므로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어쨌든 나는 살아난 것이다. 저 여자의 구조와 인공호흡 덕분으로. 하지만 나는 다시 죽을 것 같다. 숨막혀 죽을 것 같다. 저 천사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고, 저 천사가 불어넣어준 숨결로 내가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