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그녀에 대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자신, 내부의 상실감만 깊어져 갔다.
그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슨 이유로 생겨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것이 참을 수 없는, 완벽한 상실감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꼭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나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그녀에 관해서 무엇인가 놓쳐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끊임없이 말이다.
나는 매일 그녀와 만나고 있었으나, 그러한 사실도 나의 상실감을 메워 주지는 못했다. 그녀는 분명히 내 옆에 있다. 우리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그 다음에 나는 그녀를 집에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 우리는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와 두 명의 여동생과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난 후 헤어지고 나면 나의 상실감은 그녀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더 깊어진 듯 느껴진다. 나로서는 그 종잡을 수 없는 상실감, 그 결핍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상실감이라는 우물은 너무나도 깊고, 너무나도 어둡고, 너무나도 음침하다. 아무리 많은 흙을 채워 넣어도 그 공백을 메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상실감은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나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나의 기억이 그녀에게서 무엇인가를 갈구하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도 그것에 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모순이 나의 마음에 구제할 수 없는 상실감을 남기는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 그 문제는 나에게는 너무나 힘에 부쳤다.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약하고 또 불완전하다. 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 버리고, 잠 속으로 나의 의식을 조용히 가라앉혔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