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콘서트 시위
Keep Sohn
2008. 7. 6. 00:42
시청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 위에는 커다란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다. 검정색 연미복을 차려입는 연주자는 허리를 꺾어 관객에게 인사한다. 수만 관중은 그를 향해 일제히 박수를 쳐준다. 박수소리가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다. 이어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들어오고 방송용 카메라의 불이 켜진다. 연주는 전국에 생중계 될 예정이다.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자 관객들은 웅성거림을 멈춘다. 연주자는 곧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를 시작한다. 관객들은 숨죽인 듯 조용히 앉아 연주를 감상한다. 음악소리는 관객의 가슴을 울리고, 떠도는 공기를 울리고 방송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지금 연주되고 있는 곡은 이번 시위를 주제로 연주자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 사실 지금 시청앞 광장에 모인 관객들은 보통 관객들이 아니라 시위대인 셈이다. 사람들은 지금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정부와 여당과 경찰은 지금 몹시 긴장하고 있다. 내일 오전엔 TV를 통해 중대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확실한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 시위가 이런 것이라면 좀 더 근사할 것 같다. 물론 정권을 잡은 자들이 그만큼 낭만적이어야 함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