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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 안에 그가 있다. 그는 스스로를 골방 안에 가둬두고 있다. 사방이 답답한 벽뿐인 골방에 앉아 그는 네모난 모니터를 주시한다. 오른 손에 쥔 마우스에서는 연신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는 지금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게임 캐릭터는 그의 명령에 따라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는 지금 몇 시간째 게임에 빠져있다.
게임 아이템은 그의 유일한 재산이다. 그는 한 끼 식사도 걱정해야 될 만큼 가난하다. 방구석 여기 저기엔 컵라면 그릇이 나뒹군다. 조금 전에도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웠다. 컵라면 그릇 안엔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그가 골방 생활을 하면서 늘은 건 담배와 한숨뿐이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게임 캐릭터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그땐 꼭 자신과 게임 캐릭터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다. 현실에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지만 게임 속에선 비교적 자유롭고 친구들도 있다. 보브, 크로노스, 스푸트니크, 블루레인, 프린스 이게 다 그의 친구들이다. 온라인 속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주로 채팅창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이따금씩 'ㅋㅋ', '우왕ㅋ굳왕ㅋ', '킹왕짱' 뭐 이런 이모티콘이나 인터넷 용어를 날려줄 뿐이다.
그와 서로 알고 지내는 유저들 중에 그는 자신이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엔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도 있고, 대학생도 있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도 있고, 작가도 있다. 하지만 그는 백수이며 지독한 가난뱅이다.
그에게도 직업이 있기는 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벽돌공장, 편의점 알바, 신문배달, 우유배달, 피자배달 그가 거쳤던 직업들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백수다. 전에 가졌던 직업들도 변변히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다.
그는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어떤 기대도 갖지 않는다. 그는 게임 세계 이외에서 일어나는 어떤 상념들도 모두 귀찮아진다. 자신과 맞닿아 있는 현실은 늘 불편하기 때문이다. 저 게임 속의 캐릭터처럼 현실이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유형하고 싶다.
그건 역시 망상일 뿐일까. 휴대폰이 울린다. 친구도 애인도 없는 그에게 휴대폰이 울린다.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휴대폰 액정화면에 찍힌 번호를 확인한다. 집이다. 뜻밖에도 집에서 걸려온 전화다. 집전화 번호를 보는 순간 겨자를 잘못 먹은 것처럼 코끝이 찡해진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말한다. 여보세요. 전화기 저편에서도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다. 그의 엄마에게서 온 전화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엄마 목소리일까. 그는 잠시 시간을 가늠해 보다 9개월 혹은 10개월 전의 기억에서 멈춘다. 그의 약속대로 라면 그는 지금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 중이다. 그가 다니는 직장은 너무 바빠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다. 엄마는 여전히 회사가 바쁘냐고 묻는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회사가 너무 잘 돼 그전보다 더 바쁘다고 말한다. 어서 전화를 끊고 다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이번 설엔 못내려 오는 것이냐. 엄마가 말한다. 순간 그의 입이 굳어버린 듯 떨어지질 않는다. 그리고 힘겹게, 정말 힘겹게 말한다. 못내려 간다고. 돈 많이 벌어 나중에 시간내서 꼭 내려가겠
다고 말한다. 그래, 알았다. 몸조심하고 밥 잘 챙겨먹고, 잘 때 이불 걷어차지 말고, 휴일엔 만사 제쳐놓고 충분히 쉬고...끝이 없을 것 같다. 그는 알겠다고, 잘 알겠으니 걱정 마시라며 말을 자른다. 그리고 통화를 끝낸다.
통화를 끊기 전까지 그는 정말 몰랐다. 어느샌가 눈가가 뜨겁게 젖어있었다는 사실을. 낭패였다.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 입술에 닿았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목 안에서 꿈틀대던 울음이 조금씩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는 그것을 끝내 참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노트북 자판 위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게임 아이템은 그의 유일한 재산이다. 그는 한 끼 식사도 걱정해야 될 만큼 가난하다. 방구석 여기 저기엔 컵라면 그릇이 나뒹군다. 조금 전에도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웠다. 컵라면 그릇 안엔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그가 골방 생활을 하면서 늘은 건 담배와 한숨뿐이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게임 캐릭터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그땐 꼭 자신과 게임 캐릭터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다. 현실에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지만 게임 속에선 비교적 자유롭고 친구들도 있다. 보브, 크로노스, 스푸트니크, 블루레인, 프린스 이게 다 그의 친구들이다. 온라인 속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주로 채팅창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이따금씩 'ㅋㅋ', '우왕ㅋ굳왕ㅋ', '킹왕짱' 뭐 이런 이모티콘이나 인터넷 용어를 날려줄 뿐이다.
그와 서로 알고 지내는 유저들 중에 그는 자신이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엔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도 있고, 대학생도 있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도 있고, 작가도 있다. 하지만 그는 백수이며 지독한 가난뱅이다.
그에게도 직업이 있기는 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벽돌공장, 편의점 알바, 신문배달, 우유배달, 피자배달 그가 거쳤던 직업들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백수다. 전에 가졌던 직업들도 변변히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다.
그는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어떤 기대도 갖지 않는다. 그는 게임 세계 이외에서 일어나는 어떤 상념들도 모두 귀찮아진다. 자신과 맞닿아 있는 현실은 늘 불편하기 때문이다. 저 게임 속의 캐릭터처럼 현실이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유형하고 싶다.


통화를 끊기 전까지 그는 정말 몰랐다. 어느샌가 눈가가 뜨겁게 젖어있었다는 사실을. 낭패였다.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 입술에 닿았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목 안에서 꿈틀대던 울음이 조금씩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는 그것을 끝내 참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노트북 자판 위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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